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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도 괜찮아(김우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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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2-23 |
조회 | 46456 | ||
치매여도 괜찮아
김우정 센터장(경기도 광역치매센터)
잘 아시다시피 치매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고령’입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와 이에 동반한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 등은 날로 늘어나는 치매환자 관리에 더욱 큰 부담을 더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중앙치매센터를 중심으로 각 광역치매센터별로 지역에 특성화된 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치매사업들이 더욱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반 대중들이 치매에 대해 잘 알고 친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자기 주변에서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분을 주저하지 않고 보건소와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있게 될 테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팽배한 것 같습니다. 물론 치매라는 질환의 특성 때문에 당연히 여러 측면이 걱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존엄한 인간에게 자아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는 어쩌면 죽음에 앞선 그것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헐리웃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는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자살시도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도 자아를 완전히 잃기 전에, 즉 자신의 온전한 결정으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꽤 결연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자살시도 과정마저 인지기능 저하 때문에 어설펐고, 결국 실패로 끝난 이 사건조차 주인공의 기억에서 지워집니다. 이후 영화는 주인공이 점점 악화되는 치매의 경과를 밟아가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혹여나 치매에 걸린 모든 분들이 그와 같은 생생한 체험을 하시지는 못할지라도, 치매를 진단받을 때의 충격이나 점점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자각할 때의 당혹스러움은 앞서의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혼란 그 자체로 다가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지 모릅니다. 아니, 가족 전체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치매여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치매환자도 기뻐하고 즐길 수 있고 예전과 다름없이 그저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익숙해질 때 멋모르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도 합니다. 치매에 대해 잘 알고, 치매라는 단어가 온전히 부담으로만 다가오지 않을 때 우리는 당당히 맞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경기도는 지난 치매극복 주간에 ‘치매여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치매환자·가족 응원콘서트를 개최하였습니다. 또한 콘서트 중 ‘경기도 치매극복상’을 시상함으로써, 치매여도 꾸준히 견뎌내고 있는 환자들을 독려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희망과 동행의 메시지를 전달코자 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응원콘서트 현장에서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의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치매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안심과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제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투철히 고민하여, 치매여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저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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